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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오심 논란이 잦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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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TFS 작성일09-10-01 10:22 조회1,4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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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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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은 미래의 어느 날.
“이번 주말에 뭐해?”
“테니스 보러 갈까 해.”
“뭐? 테니스? 아직도 스포츠 보는 사람이 있었냐? 우리 집에 와서 테니스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하자.”

그렇다. 요즘 들어 운동경기를 보러 가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20세기의 전 지구적인 스포츠 열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저런 시절이 있었나 하고 놀라게 된다. 로봇 심판과 전자 유니폼 도입이 늘어나면서 스포츠 특유의 역동성이라든가 속도감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경기장이 텅텅 비게 되고 나니 일부 종목에서는 로봇 심판 도입을 철회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심판 역할을 할 훈련된 사람이 없으니 당장은 바꾸려고 해도 가능한 일이 아니다. 아니,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심판을 하겠다고 나설 만큼 자신감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로봇 조정관이 주관하는 심판 적격 시험을 통과할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인간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2008년 10월 미국의 과학자 데이비드 휘트니 박사는 테니스 경기의 오심 사례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테니스 경기에서 4,000건의 사례를 임의로 선택한 뒤 오심 여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83건이 오심으로 밝혀졌다. 83건의 오심 중 70건의 오심이 아웃을 선언했을 때 발생했다. 의도적인 편파 판정이 아니라면 아웃(out) 오심과 인(in) 오심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나야 할 터. 하지만 실제로는 70건의 오심이 아웃을 선언했을 때 발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심판의 자질이 아니라 인간의 시각적 인식 체계에 오차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눈으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눈은 수단일 뿐 ‘보는 것’은 뇌의 작용이다. 망막에 전달된 시각물질이 화학적 변화를 거쳐 시신경과 대뇌의 감각피질에 전달되면서 ‘보게 되는 것’까지 0.1초가 걸린다. 결국 인간은 항상 0.1초 전의 과거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과거만을 봐서는 빠르게 판단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인간은 이 0.1초의 간격을 보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미래를 추측하는 쪽으로 자신의 능력을 진화시켜 왔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공이 어디에 떨어질까를 추적할 때 0.1초의 시간은 아주 길다. 결국 뇌는 공이 날아가는 0.1초 뒤의 영상까지 미리 인식해 버리는 것이다. 공이 날아가고 있는 방향을 토대로 만든 영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우리의 눈은 공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결국 애매한 상황에서는 공이 더 멀리 간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인(in) 보다는 아웃(out) 이라는 영상이 훨씬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같은 해, 과학계는 인간의 눈이 일으키는 착시 현상에 대해서도 유사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렌슬레어 공대의 마크 챈기지(Changizi) 교수는 인간이 일으키는 착시 중 50여 개를 같은 원리, 즉 시각이 실제 시간과 0.1초 지연되는 것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헤링 착시(Hering illusion)는 자전거 바퀴살처럼 직선이 한 점으로 모이는 그림에 수직으로 또 다른 선들을 그려 넣으면 수직선은 중심 부근에서 밖으로 휘어져 보이는 것이다. 인간은 사선이 한 점으로 모이는 것을 보면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사선을 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그어진 수직선은 뒤로 물러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로수들이 일렬로 늘어선 길을 자동차로 달린다고 생각해보자. 차가 앞으로 나가면서 가로수들이 뒤로 밀려나는 느낌. 그때 가로수들은 옆으로 휘어지면서 뒤로 밀려난다. 헤링 착시는 평면에서 그와 같은 현상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0.1초 뒤를 추측하는 능력은 날아가는 야구공을 잡는 멋진 슬라이딩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의 뇌는 자기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탁월한 거짓말쟁이였던 것이다.

인간의 뇌가 본 것을 사실 그대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상한다는 점, 심판의 자질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에 스포츠계는 술렁거렸다. 당시만 해도 로봇이 인간 심판을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인간의 눈이 불완전하다지만 로봇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정지한 위치에서 인이냐 아웃이냐를 판정하는 것은 정확하고 빨랐지만 다양한 시각 정보를 종합하는 데는 인간보다 훨씬 느렸다. 하지만 곧 로봇은 움직이는 물체를 인식하는 탁월한 시각 능력을 갖게 되었고, 로봇 자신이 뛰면서 그런 능력을 발휘했다. 게다가 로봇은 지치지 않았다. 기록을 다투는 종목에서 시작해 야구, 테니스, 탁구, 심지어는 축구까지 점차 인간 심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스포츠에 기계가 도입된 것은 그전부터 있었다. 처음에는 판정 시비가 일면 카메라 판독 결과를 기다리는 수준이었다. 테니스는 오심 논란이 많은 종목 중 하나로 윔블던 테니스 경기에서는 2007년부터 컴퓨터와 연결된 10대의 컴퓨터가 오차 범위 3mm까지 볼을 정밀 추적해 판정 시비를 없애는 데 일조해왔다. 선수들은 미심쩍은 판정이 내려지면 카메라 판독을 요청했다. 경기가 중단되어 흐름이 끊어지는 일이 많고, 결국 판정은 완전히 카메라에 맡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기계 문명이 고도화된 사회에서 스포츠는 어쩌면 인간이 순전히 자신의 몸을 이용해 성취하는 마지막 남은 영역이었는지 모른다. 의외의 드라마가 있고 열정과 흥분 때문에 스포츠에 매혹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스포츠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로봇 심판이 주관하는 경기를 보거나 거실에서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것이 이 시대의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이니까.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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